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이 넓어지는, 책 여행의 즐거움! 까만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한 아이가 낮잠 시간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와, 서재 방으로 들어갑니다. 아이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. 그저 낮잠 시간이 있는 나라의 아이임을 알 수 있지요.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스레 울어 대는 뜨거운 한낮, 아이는 책 속으로 빠져듭니다. 평상시에 아빠가 손이 닿는 데까지 읽어도 좋다고 한 책들이지요. 그림이 있는 책도 있고, 꼬물꼬물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글자만 빼곡한 책도 있고, 아이를 칭칭 동여매는 책도 있고, 아이를 바람처럼 먼 곳으로 태워다 주는 책도 있습니다. 모두가 다 잠든 집 안과는 달리 집 밖에서는 자전거 소리, 기차 소리,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립니다. 그런 소리에 아랑곳없이 아이는 오로지 책만 읽을 뿐이죠. 책 읽기는 계속 이어집니다. 서재 방에서도 읽고, 부엌에서도 읽고, 정원 수풀 사이에서도 읽지요. 목욕할 때도, 잠자리에 들어서도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