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림책이 참 좋아 시리즈 28권. 나뭇잎에 반짝이는 햇살도,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기분 좋은 오후.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한다. 파란 간판을 단 길모퉁이 인형 가게로 말이다. 인형 가게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. 함께 놀 친구를 찾는 아이, 생일을 맞은 동생 선물을 사려는 오빠, 조카와 함께 온 이모, 아내에게 줄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아저씨…. 인형들은 누가 날 데려갈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. 인형 가게 안에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환한 웃음이 넘쳐났다. 곰 인형도 날마다 친구를 기다렸다. 창으로 스미는 따뜻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눈을 반짝 떴다. ‘내 친구가 온 걸까?’ 그런데 어쩐 일인지 곰 인형을 선택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. 곰 인형이 늘 화가 나 보인다며, 무섭게 생겼다며 가까이 가지 않았다. 하루, 이틀… 곰 인형은 너무너무 속상했지만 꾹 참았다. ‘아니야, 내일은 누군가 날 데리러 올 거야.’ 하지만 곰 인형을 보고 웃어 주거나 안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….